쌀 대신 곤약, 설탕 대신 아몬드가루
과거에는 선택지가 좁았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려고 고기, 유제품, 샐러드 위주로 먹었다. 요즘에는 대체 식품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쌀이나 밀가루 대신 곤약, 통밀, 콩, 콜리플라워 등으로 만든 밥과 면이 나오고, 설탕 대신 알룰로스(무화과, 포도 등에 있는 당 성분)나 아몬드가루를 활용할 수 있다.
이들 재료로 만들면 기존에 탄수화물 함량이 높았던 요리들도 ‘저탄고지’가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김밥. 밥 대신 현미밥, 곤약밥으로 대체하고 달걀, 아보카도, 치즈 등으로 속을 채워 만든다. 설탕에 절인 단무지는 빼고 쌈무, 깻잎, 청양고추 등을 활용하는 식이다. 박지우 요리 연구가는 “밥 양을 줄인 대신 채소를 듬뿍 넣어 한입 가득 씹는 재미와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키토 김밥집’이라 불리는 서울 강남역 ‘보슬보슬’은 밥을 아예 뺐다. 달걀 지단을 가늘게 채 썰어 밥 대신 깔고 오이와 당근 등으로 속을 가득 채웠다. 김밥 한 줄에 들어가는 달걀만 5개다.
파스타와 국수 등 면 요리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밀가루 면 대신 곤약 면, 라이트누들 등을 활용하고 애호박, 당근, 미역줄기 등을 가늘게 채 썰어 면 대용으로 쓴다. 박지우씨는 “밀가루나 쌀로 만든 면 대신 주키니호박과 팽이버섯을 면으로 쓰면 채소의 풍부한 식이섬유를 얻을 뿐 아니라 새로운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빵과 케이크도 밀가루, 설탕 없이 만들 수 있다. 귀리를 건조, 압착시킨 오트밀이나 아몬드가루를 밀가루 대신 쓰고, 설탕 대신 알룰로스 등을 활용한다. 서울 송파구 ‘제로베이커리’는 밀가루와 설탕 대신 아몬드, 타피오카, 코코넛 가루 등이 들어간 스콘과 브라우니 등을 선보인다. 키토제닉 식품회사 ‘마이노멀푸드’는 설탕을 전혀 넣지 않은 아이스크림과 버터와 중쇄지방산(MCT) 오일을 넣어 지방함유량을 높인 ‘버터커피’ 등을 내놨다. 이 업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원산지 이어 영양성분 따져
키토제닉이 유기농에 이어 새로운 식문화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진주씨는 “2000년대에는 원산지, 재배방법 등을 따져서 유기농인지 아닌지가 중요했다면 요즘에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영양성분을 고려하는 식문화로 나아가고 있다”라며 “배불리 먹는 것보다 건강하게 먹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격이나 회식 문화 등은 걸림돌이다. 곤약쌀은 1㎏당 약 7,000원으로 일반 백미(1㎏당 4,000원) 가격의 2배에 이른다. 키토제닉 식품으로 꼽히는 오트밀, 아몬드가루, 템페 등도 밀가루나 설탕, 두부 등에 비하면 1.5~2배 가량 가격이 높은 편이다. 주부 김선영(34)씨는 “키토제닉 식단을 하려면 인스턴트로는 힘들어서 요리를 직접 해야 한다”라며 “하지만 인스턴트 식품보다 오히려 재료비가 덜 들고, 외식하는 것처럼 색다른 요리를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설탕이 든 쌈장에 푹 찍어 먹거나, 요즘 유행하는 마라탕을 할 때 코코넛오일이나 아보카도오일이 아닌 식용유에 마라를 한껏 볶으면 산화된 지방을 섭취하게 돼 키토제닉과 거리가 멀어진다. 전문가들은 “고기와 채소 위주로 먼저 먹고 밥을 뒤에 먹으면 밥 먹는 양을 줄일 수 있고, 심리적 허기로 인한 가짜 식욕을 느낄 때는 물이나 견과류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June 28, 2020 at 12:3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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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없는 김밥, 밀가루 없는 파스타…저탄고지 붐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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