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구독홀릭上]"빵·커피·아이스크림도 구독하세요"…동네가게의 변신 - 뉴스1

koko-tech.blogspot.com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회사원 J씨(34)는 출근길에 항상 회사 앞 빵집을 들른다. 아침 식사용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기 위해서다. 예전에는 5000원 가까이 지불했지만 '구독'한 덕분에 4000원 정도에 샌드위치와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일주일에 2~3번 정도 방문하다 보니 빵집 사장님과도 친해졌고 가끔 신제품이 나오면 맛을 보라며 '공짜'로 빵을 주기도 한다. 단골 손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구독 서비스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여럿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나 제품은 초(超)개인화 시대에 맞춰 더 작아지고 사용자 편의에 맞게 세분화했다. 소비자들의 생활 반경도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 있는 권역)이라는 신조어가 설명하듯 더 좁아지고, 제한됐다. 우버·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경제'가 물러난 자리를 '구독 경제'가 차지하는 모양새다. 

구독 서비스는 선(先)결제 시스템을 앞세운 높은 할인율로 소비자 발길을 매장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실제 서비스 제공 횟수와는 무관하게 고정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오프라인 매장이 구독 경제에 주목하는 이유다. 프랜차이즈 매장과 더불어 동네 상권의 최전선 편의점까지 구독 서비스에 뛰어들며 소비자와 접점 확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일정 기간에 해당하는 구독료를 내고 상품을 이용하는 경제 활동을 의미한다. 신문이나 잡지가 대표했던 20세기 구독 개념은 21세기 들어서 영상 콘텐츠·커피·빵·뷰티·패션·생필품으로 영역을 무한히 확장하고 있다.

◇빵집·카페·아이스크림·편의점까지 "정기 구독권 팝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난 7월 선보인 원두커피 브랜드 '세븐카페' 월정액 구독권은 일주일 만에 1000개가 완판됐다. 행사 기간을 9월까지로 잡고 준비한 2개월 치 물량이 한 주 만에 동이 난 셈이다.

세븐일레븐이 선보인 커피구독은 소비자가 선 결제한 금액을 사용해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커피를 자유롭게 받아 갈 수 있는 서비스다. 구매 시 일일이 결제하지 않더라도 모바일 인증만 거치면 액수가 차감되기 때문에 절차가 간단하다. 특히 매일 제품을 따로 살 때보다 비용도 50% 저렴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파리바게뜨도 지난 10월 커피와 샌드위치 구독 서비스 운영 매장을 기존 직영점에서 가맹점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 일부 직영점에서 시범 운영한 효과가 나타나자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기 위한 차원이다. 실제로 시범 운영기간 구독서비스에 가입한 고객 가운데 기존 해피포인트 고객이 아닌 비율이 약 30%를 차지했다.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데 구독서비스가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구독 서비스에 유통·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면서 구독 방식과 제품 종류도 더 다양해졌다. 편의점 CU는 이달부터 9개 카테고리 110종 상품에 대해 구독료를 내면, 한 달간 사용이 가능한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스킨라빈스도 지난 10월 말 원하는 날에 아이스크림을 배송해 주는 구독 서비스 '핑크 버드'를 선보여 구독 상품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GS리테일의 경우 앞서 계열사 통합 모바일 앱 '더팝'을 통해 GS25 편의점의 커피와 도시락 구독권을 판매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앱에는 핼스앤뷰티 브랜드 '랄라블라'도 입점해 향후 뷰티 상품으로 구독 서비스를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구독 경제는 매일 소소한 구매를 즐기는 소비자에게 최적화한 서비스"라며 "편의점의 경우 소비자 접근성이 가장 좋은 채널인 만큼 대형마트보다 구독 서비스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선결제의 힘'…수익 안정성·소비자 '가두리 효과' 일거양득

구독 서비스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오프라인 매장들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선 편의점과 빵집 사례와 같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구독 서비스는 실제로 매장을 방문하는 신규 고객 유입을 늘렸다. 더 나아가서는 배스킨라빈스와 같이 소비자 집까지 배송하는 방식으로 비대면 소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신한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2020 금융생활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만 20~64세 사이 경제활동자 1만명 가운데 정기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25.4%로 나타났다. 6개월 이내에 새로운 정기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응답한 소비자도 전체의 41.9%를 차지했다.

조사 기간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지난해 9~10월인 것을 감안했을 때 현재 사용자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KT경영경제연구소는 올해 구독 경제 시장 규모가 40조1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구독 경제의 핵심이 '선결제 시스템'에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서비스 제공 횟수와 관계없이 사전에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코로나19와 같은 불안정한 경기 상황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의 대형 유통 업체 아마존이 연초 '프라임 고객'을 대상으로 받는 정기 이용료가 15조원에 이른다"며 "기업 입장에선 정기 구독료로 일정 기간 고정 수입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선결제 이후 소비자가 다른 제품이나 브랜드로 옮겨가기 쉽지 않아 '가두리 효과'(Lock-in)를 강화한다는 점도 구독 경제가 주목받는 이유다. 서 교수는 "기업들은 소비자 이탈률을 낮추는데 사활을 건다"며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시기엔 새로운 회원을 빠르게 모집한 뒤 다른 브랜드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붙잡아두는 효과가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기간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훗날 충성고객을 낳는 결과는 덤이다.

조혜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발표한 '구독경제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구독 서비스는 상품 구매 결정에 따른 에너지와 고통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조 연구위원은 "구독 경제 서비스는 구매 패턴이나 소비자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한다"며 "제품과 서비스 접근, 유통 과정을 단순화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구독 서비스에도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독 경제의 어두운 단면은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소비가 이어진다는 것"이라며 "소비자의 경우 '고통 없는 편의성'에 무뎌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3@news1.kr

Let's block ads! (Why?)




November 11, 2020 at 01:33PM
https://ift.tt/36H96KD

[구독홀릭上]"빵·커피·아이스크림도 구독하세요"…동네가게의 변신 - 뉴스1

https://ift.tt/2UBiV7q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구독홀릭上]"빵·커피·아이스크림도 구독하세요"…동네가게의 변신 - 뉴스1"

Post a Comment

Powered by Blogger.